[밀양인권침해감시단]

밀양 10월 15일 상황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약식보고서(8)

밀양 2013년 10월 15일 상황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약식보고서


10월 15일엔 바드리마을(84, 89번 현장)에서 활동했습니다.

긴급상황이 벌어지는 마을에 대한 현장활동은 당분간 계속됩니다.

[첨부] 밀양인권침해보도자료

 

주민 상대 일상적인 협박, 말로도 부족해서 막무가내 완력 쓰기 

  

  10월 송전탑 공사가 다시 시작된 후, 주민들은 3천여 명의 경찰병력 투입에 따른 여러 가지 피해와 고통을 호소해왔다. 그것은 가시적인 폭행으로 인한 부상 등의 피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체포하겠다', '연행하겠다' 등의 협박을 당하고 있으며 경찰은 '채증해!'라는 말을 수시로 하면서 주민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일상적인 협박이나 경고는 적법한 목적과 절차를 가진 것이 아니다. 주민들은 단지 그 말을 '경찰'이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위축되고 불안이나 분노 등 심리적인 불안정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경찰은 살아가며 목소리를 높여 권리를 주장할 일이 없었던 밀양 주민들의 조건을 악용해 더욱 막무가내로 물리력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여성 주민의 옷이 벗겨지는 등 모욕을 당하고 있다. 또한 주민 이외에 함께 연대하는 사람들이 없을 때는 비아냥과 비웃음 등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가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을 높이고 있다. 15일 바드리 마을 입구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무법천지 경찰의 행태가 밀양 주민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충분히 보여주었다

 

1. 경찰 신분 이용한 주민 대상 협박

 

15일 아침 730분경 주민들 20여 명이 바드리마을 입구로 이동했다. 마을 길목인 다리 위에는 경찰 병력이 이미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었는데, 주민들이 50미터 이상 떨어진 길에 들어서자마자 채증을 시작했다. 감시단이 채증의 법적 근거가 없으니 중단하라고 항의하자 대부분 채증기기를 내렸으나 2명의 경찰이 감시단의 사진 촬영을 피하면서 채증을 계속 시도하는 오기를 부리기도 했다

채증은 범행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경찰의 활동이다. 그러나 시민에 대한 사진 촬영은 근본적으로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대법원은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채증의 요건을 엄밀히 적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시민에 대한 영상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경찰의 권한은, 범행이 이루어지는 당시와 직후로 제한된다. 주민들이 길을 걸어가는 것이 범행인가? 이 상황 이후로도 경찰은 걸핏 하면 '채증해'를 연발하며 주민들을 협박했다. 채증 자체가 정당화될 수 있는 요건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채증이 필요한지와 무관하게 주민들을 위협하는 용도로 '채증해!'라는 말을 남발하고 있었다.

   

아침 930분경 주민들은 바드리마을 다리로 향하는 길목을 가로로 늘어 앉았다. 이때도 경찰은 '채증해!'를 남발하며 주민들을 위협했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일반교통방해죄와 집시법 위반이므로 이동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길을 오가는 차량의 통행은 전혀 방해받지 않았으며 감시단이 계산한 것만으로도 100대 이상의 차량(경찰 도시락 운반용 차량 등 포함)이 아무런 지장 없이 통행했다. ,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집시법 위반도 엉뚱한 갖다붙이기일 뿐이었다. 경찰은 이런 식으로 '', '무슨무슨 죄', '무슨무슨 위반'이라는 말들을 함부로 사용하면서 주민들을 위협했다. 실제로 경찰이 이런 말을 할 때 관련 정보나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두려워 위축되거나 억울해 분노하게 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주민들은 정신적, 심리적 불안정이 심해지고 있다

 

이는 오후에 발생한 상황에도 이어진다. 교통을 전혀 방해하지 않는 차량을 이동하라고 명령하고 견인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경찰이 주민들을 도발하고 있으며 끝내는 물리력을 동원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 과정에서 여성주민의 상의가 거의 벗겨지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경우, 특히 경찰이 공식적인 경고방송의 외양을 취하며 방송을 하는 때에도, 명령이나 경고를 하는 경찰은 소속과 신분, 이름을 전혀 밝히지 않아 공무집행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현장에서 관찰되었듯 경찰의 이름표나 계급장 등 식별이 가능한 정보들은 모두 숨겨져 있었다. 감시단이나 주민들이 경찰의 소속, 신분, 이름을 묻는 요구에도 경찰은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상황이 공사가 재개된 보름여 동안 끊이지 않았고, 현재 주민들은 경찰의 협박과 무시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

 

2. 경찰 물리력 사용에 필요한 건 법이 아니라 완력?

 

15일 오전 10시경부터 경찰은 길가에 주차된 주민 차량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차량 통행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으며 주민들이 늘 주차하던 곳인데도 도로교통법 위반 운운하며 주민들에게 차량을 이동시키라고 경고했다. 견인조치를 하겠다는 경고도 남발했으며, 심지어 형사입건을 하겠다는 협박도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주민들이 항의하자 경찰은 '불법이라고 하지는 않았다'며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견인조치 운운하기에 앞서 인근에 있는 차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경찰이 주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을 때 차량을 옮겨도 큰 불편이 없는 차주들은 차량을 옮겨주기도 했다

 

오후 4시경 길가에는 기자가 사용하는 언론사 차량, 주민들의 이동용으로 사용되는 차량 두 대가 남아있었다. 경찰은 차량 두 대에 대해 모두 견인조치를 하겠다며 협박하다가 한 대는 언론사 차량임을 확인하고 더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경찰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견인된 차량 역시 차량 통행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아 하루종일 차량이 그 옆으로 충분히 여유있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견인조치를 강행하기 위해 경찰병력을 배치했고 경찰이 길 양편으로 주민들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견인 시도 차량 근처에 있던 여성주민들에 대한 물리력 사용이 강행되었다. 경찰은 '들고 나가!', '고착시켜!', '끌어내!', '내보내!' 등의 말만 반복했으며, 이동을 강제하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질문을 회피했다. 결국 여경 7~8명이 여성주민 1명씩 사지를 들어 강제로 3~5미터 가량 이동시켜 고착하는 강제구인 및 노상감금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성주민 한 명의 상의가 거의 벗겨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사자인 여성주민이 울부짖으며 항의했을 뿐만 아니라 동료 주민들 역시 억울함을 가누지 못하고 항의를 했지만 경찰은 막무가내로 완력을 사용하며 주민들을 힘으로 짓밟았다. 주민 C씨는 이와 같은 상황이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우리가 완력으로 어떻게 해보자는 것도 아니고 그 위치에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경찰들이 달려들어 완력을 너무 가하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펴가며 힘없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힘을 쓴다."고 항의했다. B씨는 밀양에 경찰병력이 3천 명 배치되었다는 소식 자체에 위압감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 여성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며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신체적 피해가 매우 크다. 오늘 강제구인 과정에서도 여성주민들은 팔에 멍이 들거나 근육통이 생기는 등 신체적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것은 신체적 피해를 낳는 것만이 아니다. B씨는 "육체적인 것보다, 더이상 사람들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그녀는 밀양 송전탑 공사가 시작되고 경찰병력이 밀양 곳곳에 배치되면서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자꾸 멍하게 되고 무언가 할 일을 놓치고 기억력이 없어지기도 했다. 잠을 깊게 잘 수가 없다.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집에 가면 화풀이를 하게 된다. 그런 내가 싫은데도 계속 하게 된다." C씨는 "공권력 3천을 투입해서 주민들을 제압하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공권력과 맞닥뜨렸을 때 주민들의 느낌은 '우리는 이제 버려졌구나'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 경찰의 일상적인 협박과 그 배경이 되는 압도적인 물리적 강제력은 주민들에게 국가폭력의 트라우마로 남고 있다. "제일 억울한 것은, 내가 누리고 살아야 할 시간들을 다 놓치고 산다는 것"이라는 B씨의 말은 국가폭력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삶의 시간을 박탈하는 것, 그럼으로써 존엄한 인간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권리침해의 연속된 시간 속에서 몸 하나로 버텨야 한다는 것. 그 몸들을 함부로 들어내고 내동댕이치는 것이 지금 밀양에서 '경찰'이라는 이름을 빌어 자행되고 있는 국가폭력이다. "'용산과 쌍용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 이해하게 됐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이다. 처음엔 왜 내가 이 좋은 시간을 이리 보내나 억울하고 마음이 아팠는데 지금은 끝까지 싸워서 정의가 어떤 것인지 보여줘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힘은 부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가 옳은지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의 이야기는 국가폭력이 아무리 광폭해도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상황별 일지는 첨부한 자료를 참조하세요.

밀양인권침해보도자료_20131015-8.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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