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희망버스 기획단 입장]

 

희망버스는 희망버스다

마음을 나누고 희망을 채우기 위해시간과 정성을 들여 밀양을 찾는,

수천 명의 자발적 시민들을 모욕하지 말라

 


예상은 했지만 심해도 너무 심하다한전과 경찰밀양시와 동원된 보수 세력까지 거꾸로 말하기가 도를 넘어섰다희망버스를 절망버스라 부르고지역사회 분열의 탓을 느닷없이 희망버스에 돌리질 않나아직 출발하지도 않은 희망버스가 물리적 충돌을 벌써 일으키기나 한 듯 불법의 굴레를 씌우며 엄정 대처를 운운한다뿐만이 아니다. ‘억지로 하는 공사’ 공사 순항이라 부르기,피해 주민을 피해 간 보상안을 합의라 우기기까지말만 하면 왜곡이다여기에 어제 한전이 발표한 내용 즉연말까지 개별 보상금을 안 받으면 마을공동자산으로 귀속시키고 받은 걸로 치겠다는 협박은 거의 화룡점정이다하지만 우리는 안다진실은 그들의 말을 거꾸로 읽으면 된다는 것을.

 

1. 절망의 땅에 희망을 채우겠다는 우리가왜 절망인가?

공사가 재개된 후 줄곧 밀양 송전탑 피해 예상지의 주민들은 철저한 고립과 폭력에 시달려 왔다이들 주민 대다수는 7~80대가 주를 이루는 고령의 노인들이다경찰의 완력으로 조금만 힘줘 잡기만 해도 멍이 드는 게 이들이다아니나 다를까벌써 59명의 주민들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하지만 경찰은 뭐가 두려운지 공사장으로부터 수 km가 떨어진 곳에서부터 주민들이 삼삼오오 이동하는 것조차 완전히 차단해 왔다노상 감금고착은 거의 일상이 되었다고령의 주민들에게 행해지는 국가폭력과 철저한 고립절망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송전탑에 갇힌 절망에 빠진 밀양에희망을 채우러 간다.


2. 비폭력이라는데경찰은 왜 물리적 충돌을 준비하는가?

시대를 역행하는 원천 봉쇄와 물리적 충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경찰이다경찰은 밀양 주민들을 고립시켜온 딱 그것마냥밀양 희망버스가 드나드는 길목 길목을 모두 통제하겠다고 밝혔다그러다가 비폭력 원칙을 외친 희망버스에 원천 봉쇄 방침은 과도하다는 비난이 일자이번엔 합법적 집회는 그냥 두되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말 한 번 이상하다아직 출발하지도 않은 희망버스가 벌써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기라도 한 것 같다경찰의 속셈은 뻔하다아직 탑승하지도 않은 밀양 희망버스 탑승자들을 벌써 범법자엄정 대처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이는 대구대 학생에 대한 사찰과 협박에서 이미 확인된다경찰이 무엇을 준비하든우리는 비폭력 비타협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3. 명분 없는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한전인데왜 우리가 공사 방해인가?

한전과 경찰, ‘공사 강행의 주체가 밀양 희망버스에게 공사 방해라는 억지를 쓰고 있다공사 재개와 함께 한전이 발표한 호소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신고리 3, 4호기의 준공에 대비하고 내년 여름 이후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하여 10월 2일부터 밀양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신고리 3, 4호기의 핵심부품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원전 비리가 밝혀졌다이 때문에 먼저 준공 예정이던 신고리 3호기는 2015년 가을이 되어도 완공되지 못한다 그런데 한전의 입장이 가관이다. “(신고리 3호기의 준공이 지연되어도)밀양 송전선로 건설 공사는 현행대로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것이다아니 왜스스로 내세운 명분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한전과 경찰은 명분 없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4. 이것이 왜 밀양의 내부 문제인가?

故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이후 밀양 송전탑의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반대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를 눈감아오던 밀양의 보수 세력이 이제 와서 우리에게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며외부 세력을 거부한다고 한다우리가 왜 외부 세력이며이것이 왜 밀양의 내부 문제인가밀양 765kV 송전선로는 밀양에서 쓰는 전기를 송전하는 것이 아니다우리나라에서 가장 낡고 위험한 고리신고리 핵발전 단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전력 소비지인 대도시특히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이 목적이다이는 다시 말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달라진 국민 여론에 의해 낡은 핵발전소가 폐쇄된다면새로운 핵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는다면밀양 송전탑이 아예 필요 없음을 뜻한다백번 양보해도 지역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잘못되고 불평등한 전력시스템의 문제는 이제 정부도 인정하는 바다따라서 밀양 송전탑은 밀양만의 문제가 결코 될 수 없다.

 

5. 8년 동안 지역사회를 분열시켜 온 한전을 두고왜 밀양 희망버스를 탓하는가?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이견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무려 8년이다한전은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주민들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실제 피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보상금을 가지고 어차피 받아들여야 한다며 주민들을 회유협박해 왔다그 결과 밀양의 지역사회는 분열되고공동체는 파괴되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지역사회 분열의 책임을 밀양 희망버스에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적반하장이다우리는 분열이 아니라 하나가 되기 위해 밀양을 찾는다.

 

6. 피해 주민을 피해 간 보상거부하면 마을로 귀속시킨다는 협박까지!

한전과 경찰은 정작 송전탑으로 피해를 볼 주민들은 철저히 고립시켜놓고피해 지역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동원된 주민대표들을 상대로 보상안을 합의했다고 우겨 왔다더욱이 이 보상안은 법적 근거도 없이 마련되었다황당함은 한전이 어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극에 달한다보상 몇 푼 더 받겠다고 투쟁한 것이 아니라며 보상은 필요 없다는 주민들에게 한전은 ‘1231일까지 현금 개별 보상을 거부하면 마을 자산으로 귀속시키겠다는 즉이제는 안 받아도 받은 걸로 치겠다는 어이없는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정부와 한전은 협박을 멈추고밀양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회공론의 자리에 당당하게 나서라.

 

7. 경찰이 없이는 하루도 진행할 수 없는 공사가순항 중?

정부와 한전은 공사가 재개되기 직전부터 줄곧 1,200~3,000여명에 이르는 경찰병력과 500~700여명의 한전 직원을 동원해 공사를 벌여 오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겨우 송전탑 하나를 세웠다반대로 말하면이처럼 많은 경찰이 없다면 공사는 하루도 진행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그만큼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고또 그 반대도 매우 강하다그런데 한전은 공사가 순항 중이란다공사가 순항이라면 1,200명이나 되는 경찰과 500명의 한전 직원은 왜 필요한가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며 주둔하고 있는 경찰은당장 철수하라.

 

8.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밀양으로 간다.

이제 내일 1130일이면마음을 나누고 손을 잡고 희망을 채우기 위해 수천 명의 자발적 시민들이 스스로 시간과 정성과 비용을 들여 밀양으로 향한다다시 말한다우리는 우리가 밀양이기에파헤쳐진 밀양을 희망으로 채우기 위해 밀양으로 간다이 아름다운 연대의 마음과 발길을 억지 논리로 왜곡하고 모욕하지 말라.

 

2013년 11월 29

밀양 희망버스 기획단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