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화인을 만나다

<밀양전> 감독 박배일


 

  무엇을 위해 8년이나 싸우는 게 쉬운 일 일까요? 그것도 할머니들이 말입니다. <밀양전> 765KV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할머니들의 이야기입니다. 평생을 터전으로 삼아왔던 땅에 세워지는 송전탑을 보고 할머니들은 말합니다. “너거 집에 강도가 들었다. 우째야 되겠노. 그냥 가만히 서서 내 재산 다 가져가게 둬야겠나? 쫓아내야 안하겠나?" 할머니들의 터를 지키기 위한 분투를 담아낸 <밀양전>의 감독 박배일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영화 <밀양전>에 대해 소개 해주세요.

 

A. <밀양전>은 신고리원전 3,4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서울로 옮기기 위해 밀양에 건설되고 있는 송전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밀양의 765KV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할머니들께서 8년 정도 싸우고 계시는데, 할머니들이 어떻게 싸우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영화입니다.

    

 

Q. 밀양 송전탑에 대한 영화를 만드신 계기가 있다면?

 

A. 처음에는 탈핵 관련한 영화를 계획했어요. 고리 1호기를 폐쇄하지 않고 수명을 연장해서 재가동 하고 있거든요. 고리 1호기를 폐쇄하는 과정을 찍어 한국의 탈핵운동을 조금 긴 호흡으로 기록으로 남기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취재 도중에 밀양의 이치우 어르신이 송전탑을 막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어요. 제가 부산에 사는데 밀양이랑 부산이랑 삼십분 걸려요. 가까이 있는데도 밀양의 싸움을 몰랐어요. 우리가 관심을 안 가졌기 때문에 그 죽음이 일어난 것 같아 미안함이 있었습니다. 그 후 첫 번째 탈핵 희망버스가 밀양으로 갔어요. 저도 밀양으로 갔고요. 탈핵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으로 가서 이야기를 찍었어요. 영화 1편을 밀양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서 핵 발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로 생각했습니다. 그 전에 탈핵 이야기를 3부작으로 계획하고 있었거든요. 1부작은 할매들의 이야기를 하자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밀양에 관련된 이야기를 장기적으로 다루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밀양에 관련된 이야기를 요번년도 9월 달에 완성할 계획이에요, 지속적으로 밀양에 대한 이야기, 그 싸움에 대한 역사를 남기려고 합니다.

    

 

Q. 밀양을 다녀오셨을 텐데 그 느낌이 궁금합니다. 그 곳의 상황이나 모습들을 묘사해주세요.

 

A. 가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요.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농성장을 지킨 할머니들도 있어요. 가끔가다 집에 가고 그러는데,아무리 자기 고향을 지킨다고 하지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생활이 다 무너지고 농사도 잘 안되고 하는 상태에서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 힘이 뭘까 싶어요. 누군가 물어볼 때도 있어요. ‘할매들의 힘이 뭐인 것 같으냐고. 저도 잘 모르겠어요. 2012년부터 밀양에 갔는데도 이해가 안 되는 힘들이 있어요.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여성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밀양전>에서는 나라에서 가하는 폭력이 심하지 않은데, 그 이후 국가폭력이 심해졌어요. 통제를 하고, 감시하고, 이렇게 매일매일 지내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국가라는 게 뭔지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국가가 소외된 계층 혹은 국민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Q. 우리가 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A. <밀양전>에서 볼 수 있는 5월의 상황을 어떻게 멈출 수 있었냐면, 언론사들이 전부 다 할머니들의 싸움에 대해서 보도를 했어요. 의도가 어떻든 보도를 많이 했는데, 10월 이후에는 밀양 송전탑을 위해서 정부, 총리, 장관, 사장까지 (밀양 할머니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공사가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다.’ 는 내용만 보도했어요. 일부 반대 하는 사람 외에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과는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죠. 사실 할머니들은 매일 아침저녁 전쟁 같은 하루를 지내고 있거든요. 언론에 보도가 안 되니까 국민들은 모르는 거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술이 발전해서 개개인이 하나의 언론이 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아직 밀양 싸움이 끝나지 않은데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우리가 할머니들의 싸움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게 하나의 방법인 거 같아요. 싸움이 끝날 수도 있고, 반대하는 세력들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송전탑에 관련된 메시지를 계속 생산하면 싸움을 계속 할 거란 말이에요. 할머님들은 계속 고통 받아요. 송전탑이 세워지면 집에서 송전탑을 보고, 지난 싸움들을 다 떠올릴 거 아니에요. 그런 고통을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해요.

    

 

Q. 송전탑을 설치하려는 이유와 위치가 밀양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기본적으로 국책 사업을 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하려고 해요. 자기들 나름대로. 구상을 하는 거죠. 이미 있는 신고리 3, 4호기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세워질 5, 6, 7, 8호기 까지 머릿속에 구상을 해놓은 거예요.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수급하려하지 않고, 핵발전소를 더 지어서 전기를 확보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겁니다. 그 계획에는 765KV 송전탑이 반드시 필요해요. 새로 생길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서죠. 기존 원전 3,4호기는 기존에 있는 선로로 갈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지어지는 원전을 위해서는 밀양의 송전탑이 있어야 해요. 서울까지 가장 단시간에 전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양산·밀양을 거쳐 창녕으로 가 거기서 전국으로 퍼뜨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송전탑이 밀양으로 오게 된 거고. 이 사람들도 3,4호기에서 나온 전기는 기존 송전탑으로도 보낼 수 있다고 말해요. 차후에 원전 5~8호기를 세우면 765KV 송전탑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짓자는 거예요.

 

 

Q. 이전에 강정과 한진 중공업 희망버스도 영화화 했었는데, 소외된 이야기에 주목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A. 27살부터 다큐멘터리를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극영화 감독이 하고 싶었거든요. 잘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했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카메라를 놓으려고 했다가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었어요. 제가 십년 넘게 살던 지역의 한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 분들은 차상위 계층이었고, 그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람들한테 내 카메라가 다가가야 하겠다.굳이 카메라를 놓지 않아도 되겠다.’ 다큐멘터리를 찍기 이전에는 많은 다른 영화가 많아서 굳이 제가 영화를 찍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소외계층한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더라고요. 소외 받은 사람들에게 집중하면, 내가 못난 사람이지만 카메라를 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갔던 거 같아요. 그때부터 눈에 보이는 거예요, 세상의 소외된 부분들이. 카메라를 드는 이유가 그거니까 자연스럽게 눈이 가더라고요.

 


 

 

Q.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A. 저는 직구를 던져서 보이는 데로 보이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영화를 처음 계획할 때, 영화적인 성취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들이 계속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어요. 밀양의 할머니에게 말을 건네는 영화가 있으면 어떨까. 나아가 밀양의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다큐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할머니들의 내가 밀양에서 8년 동안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어떻게 싸워왔다는 그 이야기 자체가 궁극적인 메시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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