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밀양 주민들이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밀양주민들의 사랑이자 희망이 되신 교황님께

 

교황님! 저희들은 대한민국 경상남도 밀양에서 올해로 10년째 765kV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맞서 싸우고 있는 주민들입니다. 오늘 이 영광스러운 미사에 저희들을 초대해 주심에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저희들은 일생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고, 이제 인생의 황혼기를 살아가는 노인들입니다. 그러나, 원전대국을 꿈꾸는 정부가 고리 지역에 운용하던 원전 4기를 10기 규모로 증설하면서 거기서 생산된 엄청난 전류를 실어나르기 위해, 상용되는 송전선으로는 세계 최대인 765kV 송전선 건설 계획을 추진하면서 저희들 노년의 평화는 깨지고 말았습니다.

 

저희는 일생 일구어 온 농지와 주택이 재산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원전 확대를 위해 현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1978년 제정된 전원개발촉진법은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없어도 강제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저희들은 토지와 재산을 사실상 강탈당했습니다.

 

765kV라는 엄청난 전류가 흐르면서 그 전자파로 인해 저희들의 육신에 어떤 병이 생겨날지 두렵습니다. 그리고, 흐린 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엄청난 송전 소음도 견뎌야 합니다.

 

저희는 10년간 공사를 막는 과정에서 한국전력과 공권력에 의해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74세 되신 두 분의 노인이 분신과 음독으로 세상을 버리는 참혹한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201310월부터는 매일 3,000명의 경찰병력이 들어와 주민들을 고착 감금하고 끌어내는 과정에서 170여건의 응급 후송사고가 발생하였고,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33명의 주민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이 싸움의 과정에서 이 모든 폭력이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정책, 구체적으로는 원전 확대 정책에서 기인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0년의 싸움 끝에 지금 밀양에서는 정부와 한국전력의 뜻대로 송전탑이 하나 둘 세워지고 있지만, 저희들이 그동안 겪었던 수치와 모멸, 마을공동체 분열의 상처는 너무나 깊어서 저희는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를 억지로 쪼개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힘을 불러내어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들고, 인류를 절멸의 공포로 몰아넣은 핵무기와 핵발전이 하나의 몸에서 뻗어나온 쌍생아임을 모르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그것은 창조질서에 대한 거역이며,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세계를 유린하는 근본적인 폭력이며, 자연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지배하려는 거대한 교만의 산물이자, 핵발전을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는 맘몬 숭배자들의 탐욕의 산물임을 또한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그 참상이 알려졌지만, 이 나라는 여전히 원전 확대 정책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결국 저희들 시골 노인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교황님!

저희는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입니다. 저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살던 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이제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끝내 놓을 수 없는 저희들의 소망은 원전을 멈추는 것입니다. 맘몬 숭배자들의 탐욕과 교만이 아니라, 정의와 공평이 숨쉬는 세상을 만나는 것입니다.

 

교황님! 지난 10년간 국가와 자본의 폭력으로 너무나 큰 상처를 입은 저희를 어루만져 주시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원전 확대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을 향하여 이것은 옳지 않으니, 중단해야 한다는 그 한 마디 말씀을 원합니다.

 

10년의 투쟁과 패배, 상처 투성이의 육신으로 버티는 저희들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은, 주님을 기다리던 세리 자캐오의 심정으로 간절한 부탁을 올립니다.

 

교황님! 부디, ‘한 말씀만 하소서.’

 

 

818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일동

 

 

 

A Letter from the People of Miryang who are against the electronic transmission towers

 

 

17 August 2014

 

 

Dear Pope Francis, Love and Hope for the People of Miryang

 

Your Holiness! We are residents of Miryang, a village locates at the Southwest part of South Korea, and we have fought against construction of 765kV electronic power transmission towers for ten years. We give you our most sincere gratitude for inviting us to this celebrated mass.

 

We are old villagers who have farmed our land all our lives, and only have our twilight years left ahead of us.

 

The peace at the end of our lives we have longed for has shattered when the government, with ambitious aspirations and plans for becoming the nation of great nuclear energy, has enforced the construction of transmission lines across the country. The government is expanding Gori Nuclear Power Plants from four to ten, and building transmission lines to transmit 765kV of nuclear energy. This size and scale of transmission is unprecedented in the world.

 

All we have is our houses and farmland, honest cultivation worth our lifetime. But according to the Electric Source Development Promotion Act, which came into power in 1978 during the regime of the father of the current President Park Geun-Hye, the government can forcibly take the land away without agreement of landowners. This law in effect has robbed our land and properties away from our hands. We fear the impact of the extra-high voltage running everyday over our heads on our body. We fear the transmission noise, which is reported to be bad enough to keep us awake on cloudy days.

 

We have suffered immeasurable violence by Korea Electronic Power Corporation (KEPCO) and the authorities in the last ten years. In the process, we lost lives of two 74-year old residents who have immolated and poisoned themselves in despair.

 

Since October 2013, 3,000 police forces come in every day to detain and arrest us, to result in 170 cases of emergency medical treatment, and 33 residents still receive psychiatric treatment in repercussion.

 

During our struggle, we have come to realize that all our suffering is caused by the government’s misguided energy policies, specifically its plan to expand the nuclear power plants. Despite ten years of suffering, one after the other the transmission towers are being built in Miryang, but humiliation and contempt we experienced, and our communities which have become painfully divided prevent us from returning to our daily lives.

 

We trust that you know well nuclear energy is a twin brother to nuclear weapon obtained by forcibly breaking the atoms, a basic unit of matters, and capable of producing weapons of mass destruction to drive humanity into fear and despair. Nuclear energy is a denial of the order of Creation, a fundamental threat to the beautiful world God has gifted, manifestation of arrogance to control and exploit the nature, and a symbol of greed of Mammonist worshippers who seek astronomical gains from the nuclear energy.

 

Despite the horrors of Fukushima disaster, the false hope of nuclear energy lingers in this country, and that gives us, the old men and women, from small village, inexplicable pain and sorrow.

 

Dear Pope Francis worthy of our respect and love!

 

We are old and do not have many years left in us. We just wanted our lives to come to an end where we belong in peace. We did not want much, but little we wanted is now impossibility.

 

We cannot stop wishing that nuclear energy comes to an end. We want the world to breathe justice and equality, not Mammonist greed and arrogance.

 

Your Holiness Pope Francis, we wish that you could pray for us that has suffered the violence of the state and the capital. We just want one word from you to the supporters of nuclear energy expansion policiesplease say ‘stop’, because it is injustice.

 

Like Zacchaeus that waited for the Lord to come, we, the people of Miryang against transmission towers ask you in earnest and eagerness.

 

Your Holiness Pope Francis,

Please, say just one word for us. (번역 : 백가윤 참여연대 국제연대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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