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 갤러리 아지트에서 빈진향 작가와 밀양주민 박준호군, 강귀영님 구미현 님의 전시회가 열립니다.
<송전탑과 나, 밀양에 살고 밀양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고백하건대, 밀양은 너무 멀었다. “현장 복이 되게 없어.” 누군가는 에둘러 이렇게 말하기도 했지만, 밀양에서 사건이 벌어질 때 재빠르게 달려가지 못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두 아이와 함께하는 내 일상을 근근이 버텨내는 것이 시급했다. 그리하여 나의 사진이 밀양에서 벌어진 숱한 상황들의 충실한 증언이 되지 못함을 미리 밝힌다.

 


밀양과의 인연은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었다. 언론에서 첨예한 갈등 장면을 보았던 터라 살벌하고 흉흉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밥 묵은나?” 어디를 가나 초면의 나를 맞는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먹었다고 하는 데도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괜찮다고 하는데도 먹을거리를 주섬주섬 챙겨 주는 이 환대의 공간이 낯설었다.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상추와 호박을 기르고 깻단을 묶는 ‘별일 없는’ 일상이, ‘사람이 제일 중요한기라, 어찌 사람 죽이는 공사를 계속하겠노.’라는 굳건한 믿음이 어리둥절했다. 자연스레 이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에 시선이 머물렀다. 빼앗기고 훼손되는 것보다 돌보고 지켜온 것들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겨울 하자 작업장 학교의 도움으로 ‘그곳에 사람이 산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했다. (부제는 ‘밀양 사람 밀양으로 길이 보전하세!’였다.)

 

일 년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평화로웠던 산골 마을은 경찰의 주둔지가 되었다. 한전은 사람 사이를 가르고 마음을 무너뜨리며 차곡차곡 송전탑을 지어나갔다. 곳곳에서 송전탑이 흉물스럽게 우뚝 솟아났다. 전선이 다 걸리면 초고압 전기가 마을을 에워싸게 될 것이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달을 맞아 전시의 기회가 왔고 다시 그 사진들을 거는 것이 고민스러웠다. 한여름 느티나무 아래에서 이바구를 하던 정겨운 모습이 아련한 추억의 장면이 될까봐, ‘그곳에 사람이 살았네’ 과거형이 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이번 전시, ‘송전탑과 나’에 밀양 주민 세 분의 작품을 초대한다. 밀양을 살아냈으며 여전히 밀양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박준호 작가는 학교 운동장에서 일 년 사이 송전탑 14개가 지어지는 것을 보았고(볼 수 밖에 없었고) ‘진격의 송전탑’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동화전 마을 강귀영 작가는 마을 산 위에 95번, 96번, 97번 송전탑이 세워지는 과정을 거의 날마다 휴대폰 사진으로 기록했다.
송전탑 반대 운동의 한가운데 있었던 용회 마을 구미현 작가의 휴대폰에도 지난 1년의 기록이 빼곡하다. 용회 마을 뒷산의 101번 농성장은 가장 마지막으로 철거된 곳이다. 지난겨울부터 농성장 생활을 해온 작가의 시선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직전의 진달래에 고정된다.

 

송전탑이 다 세워졌으나 이들은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다 끝났다고 말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전히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5일 전시회를 여는 자리에 강귀영, 구미현 두 분이 오셔서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주변에 많이 알려주시고 시간 내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1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 갤러리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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