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이스마엘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다니엘 퀸이라는 이가 15년에 걸쳐 쓴 책이라고 합니다. 소설 형식을 빌고 있지만, 인류사에 대한 자신의 공부와 현생인류의 문제점과 전망을 '이스마엘'이라는 고릴라의 입을 빌어 피력하는 에세이 같은 책입니다.

좀 길고 장황하지만, 인류사를 농업혁명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서 농업혁명 이후부터 오늘날 우리 지구촌의 환경이나 살림살이가 이 지경으로 망가졌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B.C.8000년 무렵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잉여농산물을 저장하면서 문명이 발달했는지는 모르나 사람이나 자연에 대해 적대적 태도로 일관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역사시대라는 것도 모두 농업혁명 이후의 이야기들이지요. 저자는 농경사회로 진입하기 이전의 기간이었던, 대략 3백만년 전부터 B.C.8000년경까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게 잘 살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선사시대이니까 당연히 기록은 없지만 몇 개의 오래된 두개골과 동굴의 벽화로 보면, 역사시대 이전에 이 행성에 인류가 살았던 시간이 말할 수 없이 길었던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동의가 되진 않았습니다만, 뭐랄까 우리의 상식을 한번 신랄하게 뒤집어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아래, 글은 선사시대 수렵채취인과 오늘의 현대인인 '문화선교사(역할 맡은 자)'와의 대화입니다. 저자세의 화자가 수렵채취인이고, 잘난 체하는 어투가 바로 농업혁명 이후 산업사회로 들어선 잘난 우리 시대 사람들의 말투입니다. [이계삼]

 

 

 

"...........나리, 나리께서는 우리한테 우리가 사는 방식이 비참하고 그릇되고 수치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나리께서는 우리한테 그건 사람들이 살게 되어 있는 방식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우린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나리. 왜냐하면 수천 년 동안 그건 우리에게 좋은 삶의 방식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나리께서, 별에도 가고 당신의 말을 생각의 속도로 전 세계에 보내는 나리께서, 우리한테 그게 아니라고 말씀하시면 나리의 말씀을 들어봐야만 하겠습니다."

 

"...., 너희가 사는 방식이 너희에게 좋아 보인다는 건 나도 안다. 그건 왜냐하면 너희가 무지하고 교육받지 못하고 어리석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나리. 우리는 나리의 교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한테 왜 우리의 삶이 비참하고 더럽고 수치스러운지 말씀해 주십시오."

 

"너희의 삶이 비참하고 더럽고 수치스러운 건 너희가 짐승처럼 살기 때문이다."

 

이스마엘은 황당한 듯이 인상을 찌푸렸어.

 

"이해가 안 됩니다, 나리. 우리는 다른 모든 생물이 살듯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필요한 것을 세상으로부터 얻고 나머지는 남겨 둡시다. 사자나 사슴이 하듯이 말입니다. 사자나 사슴도 수치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까?"

 

"아니다. 하지만 그건 한낱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사는 건 인간에게는 옳지 못하다."

"."

이스마엘이 말했어.

"그걸 몰랐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식은 옳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살면.... 너희가 너희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우리의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말씀입니까, 나리?"

"너희는 가장 기본적인 필요, 너희의 식량 공급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무슨 말씀인지 알 수 없습니다, 나리. 우린 배가 고프면 나가서 먹을 걸 찾습니다. 더 이상 무슨 통제가 필요합니까?"

 

"만약 너희가 직접 먹을 것을 심는다면, 더 많은 통제력을 갖게 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나리? 누가 먹을 것을 심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만약 네가 직접 먹을 것을 심는다면, 먹을 것이 거기에 있다는 걸 명확하게 알게 된다."

이스마엘은 유쾌하게 껄껄 웃었어.

 

"우릴 놀라게 하는군요, 나리! 우린 이미 먹을 것이 거기 있다는 걸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생명 세계 전체가 먹을 것입니다. 밤사이에 그것이 없어지겠습니까? 그것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날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언제나 거기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린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도 못할 겁니다."

 

"그래. 하지만 만약 너희가 직접 심으면, 얼마나 많은 음식이 있는지 통제할 수 있다. 너희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 올해는 고구마가 더 많이 나겠군. 올해는 콩이 더 많이 나겠군. 올해는 딸기가 더 많이 나겠군."

 

"나리, 그런 것들은 조금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풍부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왜 이미 자라고 있는 것을 심기 위해 고생을 해야만 합니까?"

"그래, 하지만.... 먹을 게 떨어져 본 적은 없느냐? 고구마를 먹고 싶은데, 야생에서 자라는 고구마가 없는 경우는 없었느냐?"

",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나리께서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나리께서도 고구마를 먹고 싶은데, 나리의 밭에서 자라는 고구마가 없는 때는 없습니까?"

'없다. 왜냐하면 만약 고구마가 먹고 싶으면, 우린 가게에 가서 고구마 통조림을 사면 된다."

"그렇군요. 그런 체제에 대해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럼, 말해주십시오, 나리. 나리가 가게에서 사는 고구마 통조림, 그 통조림이 나리를 위해 거기 있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했습니까?"

", 수백 명은 되겠지. 키우는 사람, 수확하는 사람, 트럭 운전사, 통조림 공장에서 씻는 사람, 기계를 돌리는 사람, 통조림을 상자에 넣는 사람, 그 상자를 유통시키는 트럭 운전사, 가게에서 상자를 푸는 사람, 기타 등등."

 

"죄송하지만, 고작 고구마에 관한 문제로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그 모든 일을 하다니, 미친 짓처럼 들리는군요, 나리. 우리 종족들은 고구마를 먹고 싶으면, 가서 하나를 파내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고구마가 하나도 없으면, 고구마만큼 좋은 다른 걸 찾으면 됩니다. 고구마를 손에 넣기 위해 수백 명이 노동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너희는 요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나리."

 

난 한숨을 참았어.

 

"들어 보거라, 요점은 이것이다. 만약 너희가 자신들의 식량 공급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너희는 세상에 좌우되어 산다. 항상 충분히 먹을 게 있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들의 변덕에 맞추어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건 인간이 사는 방식이 아니다."

"왜 그렇습니까, 나리?"

"... , 어느 날 너희가 사냥을 나가서 사슴 한 마리를 잡아왔다. 좋지, 그것 좋지. 기막히지. 하지만 너희는 사슴이 거기 있는 걸 통제할 수 없다. 그렇지?"

"그렇습니다, 나리."

"좋다. 그 다음 날, 너희는 사냥을 나가지만 잡을 사슴이 없다. 그런 적 없느냐?"

"물론, 있습니다, 나리."

", 보거라. 너희가 사슴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너희는 사슴이 없는 것이다. 그럼 너희는 무얼 하겠느냐?"

 

이스마엘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어.

"우린 토끼를 두어 마리 잡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만약 너희가 원하는 게 사슴이라면, 토끼로 만족할 수밖에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럼 그게 우리가 수치스러운 삶을 영위한다는 이유입니까, 나리? 그게 우리가 사랑하는 삶을 제쳐두고 나리네 공장에 일하러 나가야 하는 이유입니까? 우리한테 사슴이 안 나타나 주어서 토끼를 먹는다고 해서 말입니까?"

"아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 보거라. 너희는 사슴을 통제할 수 없다. 토끼 또한 통제할 수 없다. 너희가 어느 날 사냥을 나갔는데, 사슴도 없고 토끼도 없다고 가정해 보거라. 그때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그럼 우리는 다른 걸 먹습니다, 나리. 세상은 먹을 걸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 하지만 봐라. 만약 너희가 그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다면..."

난 이스마엘에게 이빨을 드러내 보였어.

"봐라, 세상이 언제나 먹을 것으로 가득 차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 너희는 가뭄이 든 적이 없느냐?"

"있고 말구요, 나리."

"그럼, 그때는 어떤 일이 생기느냐?"

 

"풀들이 시들고 모든 식물들이 시듭니다. 나무엔 열매가 열리지 않습니다. 사냥감이 사라집니다. 육식동물이 감소합니다."

"그럼, 너희한테는 어떤 일이 생기느냐?"

"만약 가뭄이 아주 심하면 우리 또한 감소합니다."

"너희가 죽는다는 말이렷다. 그렇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나리."

"! 그게 바로 요점이니라!"

 

"죽는 것이 수치스러운 겁니까, 나리?"

"그렇진 않다... 알았어. 이게 요점이니 들어 보거라. 너희가 신들에 좌우되어 살기 때문에 너희는 죽는 것이다. 동물이라면 괜찮지만, 너희는 그렇게 무지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을 신들에게 맡겨선 안 된다는 겁니까?"

"절대 안 되고 말구. 너희의 삶은 너희 자신에게 맡겨야만 한다. 그게 인간적인 삶의 방식이다."

 

이스마엘은 머리를 저었어.

"정말 유감스러운 소식이군요, 나리. 기억할 수 없는 시간부터 우린 신들의 손에서 살았고 우리가 볼 때는 잘 사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씨를 뿌리고 키우는 노동을 전부 신에게 맡기고 근심 걱정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우리를 위해 언제나 충분한 먹을 게 있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보십시오!-우리는 여기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

내가 준엄하게 말했어.

 

"너희는 여기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너희를 보아라. 너희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 너희는 알몸에, 집도 없다. 너희는 안전도 없이, 안락도 없이, 기회도 없이 살고 있다."

"그럼, 그게 우리가 신들의 손에서 살기 때문입니까?"

"그렇고 말고. 신들의 손에서는 너희가 사자나 도마뱀이나 벼룩과 다름없이 하찮은 존재이니라. 이 신들-사자나 도마뱀이나 벼룩을 돌보는 신들-의 손에서 너희는 특별할 게 하나도 없다. 너희는 먹여 살려야 하는 또 하나의 짐승에 불과하다. 잠깐만."

난 이렇게 말하고는, 한 이 분간 눈을 감았어.

"됐어, 이게 중요하다. 신들은 너희와 다른 생물 사이에 구별을 짓지 않았느니라. 아니, 이것도 아니군. 기다려."

 

난 다시 생각을 하고 나서 말을 했어.

"이거야. 너희가 동물로서 살아가는 데에는 신들이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너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면, 너희 스스로가 알아서 제공해야만 한다. 신들은 더 이상 제공해 주지 않을 것이니라."

이스마엘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어.

"신들이 우리한테 주지 않은 것 중에 우리한테 필요한 것이 있다는 겁니까, 나리?"

"그래, 그런 것 같다. 신들은 너희한테 동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주었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그 이상의 것은 주지 않았느니라."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나리? 어떻게 신들은 우주와 세상과 세상의 생명을 만들 만큼 지혜로운데, 인간한테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주는 지혜는 없을 수 있습니까?"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니라. 인간은 3백만 년 동안 신들의 손에서 살았고, 3백만 년이 끝나가도 인간이 출발했을 때보다 더 나아진 것도, 더 나아간 것도 없다."

"정말이지, 나리. 이상한 소식이군요. 무슨 신들이 그렇습니까?"

난 코웃음을 쳤어.

"그들은 말이다, 형제들이여, 무능한 신들이니라. 그렇기 때문에 너희는 신들의 손에 달린 너희 삶을 온전히 다 찾아와야만 하는 것이다. 너희 삶을 너희 자신의 손에 온전히 맡겨야만 한다."

 

"우리가 어떻게 그리 합니까, 나리?"

"이미 말했듯이, 너희는 너희가 먹을 식량을 심는 일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뭘, 어떻게 변화시키겠습니까, 나리? 우리가 심든 신들이 심든, 먹을 것은 먹을 것입니다."

"바로 그거다. 신들은 너희한테 필요한 것만 심는다. 너희는 너희한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심을 수 있다."

"무슨 목적으로 말입니까, 나리? 우리한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져서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젠장 할!" 난 소리쳤어. "알아들었어!"

 

이스마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식량을 가져서 무슨 좋은 점이 있습니까?"

"그게 빌어먹을 요점이니라! 필요 이상의 식량을 갖게 되면, 신들은 너희한테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신들한테 콧방귀를 뀔 수 있겠군요."

"그렇고 말고."

"그렇다하더라도, 나리. 만약 우리한테 그 식량이 필요하지 않다면 그걸로 무얼 해야 합니까?"

 

"저장하거라! 저장을 했다가, 신들이 너희가 굶주릴 차례라고 결정할 때 신들을 훼방 놓아라. 저장을 했다가 신들이 가뭄을 보낼 때, 이렇게 말하란 말이다. '난 안 되오. 난 굶주리지 않을 것이오. 당신들도 그건 어찌할 수가 없소. 왜냐하면 내 삶은 이제 내 손 안에 있기 때문이오!"

 

<다니엘 퀸 지음, 배미자 옮김,고릴라 이스마엘, 평사리, 30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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